일상을 지나가다

 

일상을 지나가다 (이용재 지음 | 이미지박스 | 2010-07-01)

이 책을 빨리 다 읽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야금 야금 읽고 싶었다. 영화 '하하하'를 보며, 통영의 여행, 그 일탈같은 일상이 조금 더 연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조금 더, 조금 더 글이 연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식탐과 책탐을 가진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건축 공부를 한 후 그곳에서 취직하고, 다른 사람과 비슷한_분노와 억울함과 노동의 신성함과 동료애와 인간에 대한 환멸을 동시다발로 느끼는_직장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혼자 코미디 영화를 보거나 서점을 가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종종 글을 썼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연약한 사람인 듯 싶었는데, 체중이 세 자리 숫자를 넘은 적이 있다는 말에 흠칫 했다가,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며 조심한다는 말에 다시금 예민한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가 공을 들여 쓴 이 이야기는 직장에서 정리해고 된 후 단골 중국집의 '오렌지 비프'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간의 미국에서의 일상을 떠올리고, 60일 후 귀국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숙취에 시달리며 비행기를 탄 직후 '두레박의 도움 없이도 위액을 부지런히 길어 올렸다'는 표현이나 느려터진 항공사 직원의 서비스에 '그들마저도 굼벵이가 운영하는 직업훈련원 출신인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알려진 나무늘보마저 기다리다가 울화통을 터뜨리며 다 쏴 죽여버리겠다고 총을 들고 설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렸다'는 표현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책 속 구절 :
저녁을 차려 먹고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일요일이 슬금슬금 월요일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게 느껴졌다. 슬금슬금 물러나는 일요일에 반해 월요일은 성큼성큼, 새로 다가오는 지루함의 시간에 언제나 덤처럼 딸려오는 두려움을 한 아름 가득 들고 다가왔다. 어째 새로운 일상이라는 말이 지독한 모순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찬란한 슬픔'이 '침묵의 웅변'을 하는 시간, '새로운 일상.' (p.116, 일요일, 늦은 오후의 서점 나들이)

내가 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눈은 내가 발을 채 디디기도 전에 잔뜩 땅으로 찾아와 쌓여 있었을 뿐, 머무르는 내내 새로 찾아오지 않았다. 거리를 쏘다니다가 라면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겉으로 보이게는 멀쩡하지만 그래서 속으로 더 외로울지도 모르는 아저씨가 로비의 컴퓨터로 옷을 추워 보이도록 덜 입은 소녀들의 사진이 넘쳐나는 웹 페이지를 뒤지는 것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자판기에서 캔맥주를 뽑아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가 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마감 직전 떨이로 파는 고로케와 케이크, 푸딩 따위를 잔뜩 하다가 방 창문을 가능한 한 활짝 젖혀 열어놓고 좀 전에 마셨던 캔 맥주 회사의 반짝반짝 빛나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면서 먹고 또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세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다른 바닷가 마을을 찾아가 중국인 관광객들 틈바구니에 섞여 장작불에 구워 파는 조개 관자를 먹고, 산꼭대기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낮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울부짖는 듯한 바람의 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와 바둑판 형태로 잘 계획한 거리를 시린 발로 걷다가, 전망대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보고 다시 돌아와 또 잠이 들었다가 "오겡키데스카"라는 대사가 유명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을 찾아가 "오겡키데스카"는 외치지 않고 빵집에서 곰보빵만 먹고 돌아와서는 지쳐 잠들 때까지도, 눈은 새로 찾아오지 않았다. 드디어 짐을 다 챙기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를 걷는 동안, 싸락눈이 참으로 치사하게도 5분 동안 내렸다. (p. 211~213, 겨울의 복도와 치사한 싸락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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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9 21:38 2010/08/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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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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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 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03-26

내가 김규항 선생을 더 좋아하게 된 건,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글 때문인데(물론 그 포스트 하나 때문 만은 아니지만), 당시 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졌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혁명과 영성의 편향은 번갈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라고 말한다. (p.205) -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이다. - “… 변혁 운동이나 급진적인 좌파들을 보면 영성의 결핍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절감하죠.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자는 얘긴데, 정작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사납고 강퍅하고 메말라 있어요. 레디앙 같은 매체의 덧글들을 보세요. 좌파라는 사람들의 내면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p.214) - 말하자면, 촛불을 뜬 여중생이 무서운 게 아니라, '본질적인 싸움을 회피하면서 진보연然'하려는 혐의'가 보이는 '진보적 인텔리'가 무서웠던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논리적이고 비판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순결'에 가깝도록 '불온'한 이 책의 저자는 '쥐박이 물러나라'고 외치면서 자정쯤 되어 아이에게 전화해서 '학원 다녀왔는지'를 확인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세상의 모든 정치적 입장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에 일정한 혐오를 갖게 된다. 오른쪽은 지나친 현실주의라 혐오스럽고, 왼편은 지나친 이상주의라 혐오스러운 것이다'(p.134)는 그의 말이 맞다. '지나친 이상주의'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21' 800호 특집 조사에 따르면 노회찬, 진중권, 홍세화 선생 사이에서도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지식인'이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온함'을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진보에 대한 온갖 우문에 대해 많은 현답을 주고 있어 좋은 책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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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8 11:59 2010/07/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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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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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ㅣ사회평론)

논픽션이 워낙 흥미롭기 때문에 대학 졸업 이후로는 픽션에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처럼, 진짜 세상은 얼마나 놀랍고 흥미진진한가. 하지만 픽션이 아닌 이 책 속의 스토리는 진짜 세상이 맞나? 내가 아는 삼성 직원들은(물론 과장급 이하가 대부분) 출장 시 천 원짜리 한 장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 '출처가 분명치 않은' 몇 만 원 경비 사용 때문에 5년이나 지난 뒤 감사팀에서 사원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얼마 전인데, 진짜 세상의 그 회사가 이 책 속에 나오는 그 회사 이야기가 맞는건가? 실컷 누리고 나서 뒤늦게 양심 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를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이런 명확하고도 자세한, 그리고 거대한 줄기를 캐낼 수가 있을까. 어이가 없을 수도, 분노가 끓어오를 수도, 딴나라 일 같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든 일단 읽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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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23:26 2010/05/3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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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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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2009년 9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장진영과 그녀를 마지막까지 지킨 남편 김영균의 이야기.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생각하는 중, 만난 지 일 년도 안되어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장진영을 지켜보며 떠나보내야 한 김영균의 기가 막힌 사연이다. 암이라는 병이 사람의 인연을 어떻게 끊어놓는지, 주위 사람들을 얼마나 절망의 상태로 빠지게 하는지를 알게 해 주는 가슴 아픈 사연이고, 오래 오래 기억되어야 할 한 좋은 배우를 잃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아무에게도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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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20:16 2010/05/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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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들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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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들의 대한민국 :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08-06-12


경제학자인 우석훈이 '미학'을 고민하는 것은 '직선들의 대한민국'이 싫어서다. '불도저가 지배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직선들만 넘쳐나는 현재에 머무르고 싶지 않고, 아름다움이 꽃처럼 피어나는 또 다른 미래로 가고 싶다'(p.154)는 그. '건설 미학의 절정기로 되돌아가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생각하면 새로운 양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p.153)는 저자는 이대통령 취임 초기에 있었던 '국민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예술적 정형화' 없이 '정치적 반발' 정도에서 그칠까봐 우려하는 사람 중 하나다.

망각할 것인가, 기억할 것인가? 사실 이렇게 질문하면 안 된다. 인간은 어차피 망각하는 동물이고, 아무리 높고 격약된 감정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감정의 굴곡은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은 반드시 미학적 차원에서 형상화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다른 방향의 사회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자인 나는 지금 한국 사회의 전개 과정을 이끌 열쇠가 바로 예술가들의 손에 쥐여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바꾸는 것이 '경제의 힘'이었던 시대를 바꾸는, 그야말로 전격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순간에 우리가 서 있기 때문이다. (p.153~154)

'속도의 문화'에 중독되고, '성장'과 '개발'에 집착하는 바람에 딜레마에 빠진 대한민국을 향해 그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살아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라'고 말한다. 88만 원 세대에게 '짱돌을 들어라'고 말한 것처럼. 그 권리는 사실 현재의 성인들의 것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투표권이 없는 다음 세대의 생태적 권리 혹은 생존권'이기 때문에 이를 지지해주는 것은 성숙한 인간의 '어른다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책 속 구절 :
서울시에서 추진한 뉴타운의 경우에 집이 없는 거주민들도 개발을 지지한다. 현재까지의 경향으로 보면,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의 10퍼센트 정도만이 새로 만들어진 뉴타운에 입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하거나 원래의 거주 조건보다 더 나쁜 곳으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뉴타운 계획에 대한 의사결정이 강제된 것이 아닌 이상 부결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일은 중원 뉴타운과 같이 에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없었다. 이건 경제이성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다. 자기가 살던 동네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와 좋아질 거라고 기뻐하면서 정작 자신이 살던 집과 주거지역에서 쫓겨나도 좋다고 결정하는 집단적 의사결정은 자본주의사회의 경제이상은 물론 상식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아파트의 직선적 아름다움을 너무 사랑했다고 설명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 (p.83, '집 없는 사람들이 집값이 오르면 환호한다')

이상의 "오감도"는 지난 10년을 거치며 질주하는 13인과 무서운 다수, 그리고 이들을 무서워하는 소수로 구성된 토목건설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재의 모습을 상징한다. 13인의 아해 중 이를 무서워하는 두 명 혹은 한 명이 미학적으로 소외되었을 뿐이다. 이 건설 한국의 모습, 보통 토목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이 시대에 무죄는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가 참여하여 불도저에 연료를 대어주었던 셈이다. 무섭거나 무섭지 않거나 어쨋든 불도저는 달려가고, 이 불도저의 방향이 '조감도'라고 상상하며 박수 치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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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9 17:00 2010/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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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비밀노트 : 만 미터 하늘 위에서 배운 인생의 기술 
(김현영 외 지음 | 씨네21 | 2009-10-15)


비행 경력 5년차부터 16년차 고참까지, 아시아나 승무원 여덟이 모여 책 한권을 썼다. 승무원으로 살면서 겪게되는 비행(Fly to the sky), 여행, 생활, 만남, 직업, 일상의 에피소드를 모았고, 중간 중간 카툰까지 가세하여 즐겁게 읽힌다. 평소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 내지 환상같은 걸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게 좋겠다. 어차피 월급 받는 직장인이고, 아름답고 화려하다기보다는 성실하고 진지한 직업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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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2 11:59 2010/05/0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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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 지음 | 느린걸음 | 2010-04-15)


한 달 전,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사라진 죽은 대학’을 거부하며 고려대학교를 자퇴한 김예슬은 이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대학을 다니며 세 번 울었다는 그녀는,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 건립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400억을 기부하면서 벌어진 ‘고려대 삼성사태’에 울었고, 한창 ‘글로벌 고대’를 표방하던 2006년,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울었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라는 말을 들으며 울었다.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을 향해 ‘짱돌’을 들게 된 것은, 25년간 경주마처럼 달려온 자신이, 아무리 달려도 ‘초원’으로는 갈 수 없는 트랙을 맴돌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인데, 그녀는 아직 이 사회의 ‘악순환의 고리’를 풀 수 있는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진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녀의 눈에, 이 땅의 ‘진보’는 ‘충분히 래디컬하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과격하고, 위험하게 실용주의적이고, 민망하게 투박하고, 어이 없이 분열적’이다. 88만 원 세대? 그녀는 젊은 세대의 권리 찾기를 위한 연대, 즉 ‘권리투쟁과 국가복지를 고무하는 사회과학적 진보담론’이 실상은 ‘고르게 부자인 삶’을 만드는 ‘보수적 흐름을 강화시키는 결론’(p.79)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가 제시할 수 있는 답은 다만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재능이나 관심사를 가지고 장인성과 인간됨으로 존경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자급자립 기반과 공동체가 먼저 살아나야 할 것’(p.64), 그리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면서 인생 전체에 걸쳐 더 발전해 나아가면 될 것’(p.65)이라는 생각뿐이다.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존재보다 개인의 자유와 선태의 자유가 늘어났다는데, 실상은 갈수록 꼼짝없이 얽매이고 자율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부끄러워 한다는 것은 건강한 사회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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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8 23:35 2010/04/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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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좌충우돌 하상백의 오늘요일 : 꿈이 이루어지는 하상백식 청춘사용설명서
하상백 지음 | 중앙books | 2010-02-24


매스컴을 통해 잘 알려진 젊은 디자이너 하상백의 런던 유학기. '오늘요일'은 '무슨 요일이 좋냐?'는 질문에 월요일도, 화요일도, 수요일도 아닌 '바로 오늘'이라고 대답하는 하상백의 긍정적 에너지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다.  스물 한 살에 자신의 이름을 내 건 브랜드를 만들고, 서른 즈음에 런던으로 떠나 패션을 공부하며 뭐든 도전해보고, 경험하고, 행복해하는 사적인 이야기이며, 또 한 편으로는 '런던 찬가'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모티베이션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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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8 08:28 2010/04/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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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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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 유영미 옮김 | 갈라파고스
 

전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이사회 의장인 조슈에 데 카스트로가 언급한 '금기시되는 기아'라는 것은,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기고, 그래서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기아 문제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그것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수치심때문인데, 이 문제가 인간애 같은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 대응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냥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마음 속 깊은 곳에만 담아두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구는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p.37)지만 기아 인구는 8억 명이 넘는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촌에서도 굶주리는 사람이 많고,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도 도시 빈민층이 넘쳐나고 있다. 경제적 위기로 인한 '경제적 기아'도 있지만, 그 나라의 지배 구조로 인한 '구조적 기아'도 있다. 도대체 우리가 제대로 볼 수 없는 이 땅 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이 책의 해제를 통해 '승자독식'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하지만 희망이 왜 없겠는가. 아버지와 아이의 대화를 통해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기아에 대해 설명한 장 지글러는 '다른 사람의 아픔으로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썼다. 이 책을 읽고난 후에도 '침묵의 외투'를 걸칠 수는 있겠지만, 모든 것은 점차 변화할 것이고, 그것은 절대로 긍정적인 방향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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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22:47 2010/03/2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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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강인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비슷한 시기에 읽은 "도시심리학"이 '서울'의 심리를 분석했다면, 이 책은 '뉴욕'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과 그 이유를 분석한 것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미디어학자이고, '오마이뉴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데, 제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불온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얘기해야겠다.
먼저 표제인 '스타벅스'에 대한 고찰 - 뉴욕의 '스타벅스'는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문화현상'인데, 대한민국 스타벅스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무관심을 파는 커피숍'으로 성장했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이어서, 미국에서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의 태반이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인데, 이는 "좌석이 두 개 달린 스포츠카를 사려면 우선 자식들이 독립해야 하고, 주택 융자금을 갚은 뒤에도 남는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폭력'이 필수 요소인 미식축구가 인기이며, 패스트푸드 천국인 비만 제국, '이긴 자가 다 갖는 게임'인 선거 제도, 인종 차별은 있어도 '장애인 차별'은 용납할 수 없는 나라, 제약업체의 이기적 이윤 추구와 미국정부, 보험사의 책임 전가로 인해 생겨난 '의약 난민', 역시 민간 의료기관의 이윤 챙겨주기와 정부의 수수방관으로 '환자를 죽음으로 모는 의료체계', 연예인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이런 것들은 미국, 그 중에서도 뉴욕에 정착한 저자의 눈에 띈 문제점과 몇 가지의 '배워야 할 것들'인데, 어떤 현상들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서울'과 조목조목 비교하여 더 우울해지기만 한다. 저자가 '불온한 상상'을 한다는 그 스타벅스는 뉴욕의 어느 거리에 있는 게 아니라 명동이나 이대 앞 쯤일 것이다.

책 속 구절 :
애인을 데리고 와서 부모에게 소개시키고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은 미국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때 미국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음식을 씹어 (때로는 힘겹게) 목 뒤로 넘기는 것뿐이다. 한국인으로서는 부모의 간섭이 적은 것이 부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자식들은 한국에 비해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대신 부모로부터 더 적은 혜택을 받는다.
인간은 영장류 가운데 부모로부터 가장 늦게 독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인의 독립은 평균적으로 미국인들보다 훨씬 늦다. 대학원 학비까지 대주고 서른이 넘은 자식을 결혼 전까지 부모가 데리고 사는 영장류는 오직 한반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오래 보호해주는 대가로 그들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p.28)

2008년 4월 초,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정부에 기이한 요청을 했다.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직장 내 성희롱 처벌과 장애인 채용 의무 완화 등을 요구한 것이다. 입만 열면 정부에 '미국식'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이런 부분에서는 '주체적으로' 외길을 간다.
정상적인 사고체계를 지닌 정부라면 당연히 "부끄러운 줄 알라"고 꾸짖었어야 옳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답은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1990년에 미국의 장애인 법을 통과시킨 사람은 놀랍게도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였다. 부시 대통령과 그가 속한 공화당은 '친 기업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기업들 가운데는) 장애인 보호법이 너무 모호하다거나 지나친 비용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끝없는 소송을 낳게 될 것을 우려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씀 드리건대 저와 의회는 아주 신중하게 이 법안을 작성 했습니다. ...... 우리 다 같이 수치스러웠던 차별의 법을 허물어 버립시다." (p.121~122)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라"거나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은 자신의 배를 먼저 채우고 이를 방해하는 자에게는 앙갚음하도록 프로그램 된 인간의 '이기적 합리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남을 위해 헌신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단순한 '정치적 올바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자산을 민주 사회에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갑게도 현재로서는 별로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일요일마다 교회 건물을 채우는 기독교인들이 베풂과 희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축복과 명예를 위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승진이나 자식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 교회에 모여드는 사람들, 그들이 지나온 길에는 굶주린 노숙자들이 주목받지 못한 채 앉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큰 문제는 교회가 자신을 향한 정당한 비판과 요구마저 '기독교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정능력을 잃고 외부로부터의 비판마저 불온시하는 교회로부터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p.197)

Posted by marian

2010/02/21 13:29 2010/02/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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